지리산에서 자라는 아이 세 명이 있다. 미라와 아라는 연년생 자매다. 아라네 식구는 아라가 일곱 살이던 지난해에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산골이다. 이사 오자마자 아빠는 송어를 키우고 약초도 키우기 시작했다. 엄마는 돈 벌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아라는 엄마가 만들어 준 무릎 담요를 소중하게 여기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미라 친구 경모는 미라와 같은 2학년으로 이웃집에 사는 이장 아들이다. 지리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리산 토박이다. 산골에 비슷한 또래라고는 이렇게 셋밖에 없어 늘 같이 논다.
미라와 아라 아빠가 하룻밤 집을 비우면서 아이들에게 호박죽 할머니 집에 가서 자라고 한다. 호박죽 할머니는 외딴 낡은 집에서 혼자 산다. 할머니네 집도 텃밭도 호박 넝쿨로 뒤덮여 있다. 밭에서 일할 때 할머니는 희한하게도 자주 선글라스를 쓴다. 아이들은 그런 할머니를 구미호라고 여긴다. 할머니 스스로 꼬랑지가 자그만치 아홉 개이고 모르는 게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호박죽 할머니 집에 가는 게 무서울 수밖에. 미라와 아라는 경모랑 함께 가자고 말한다. 경모는 사실 겁이 나지만 ‘구미호를 겁먹게 하는 딱지’를 갖고 미라 아라랑 함께 호박죽 할머니네 집으로 간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호박죽을 쑤고 있다. 셋이 몰래 부엌을 살펴보는데 어찌 알았는지 들어오라고 호통을 친다. 가마솥에는 호박죽이 보글보글 끓고, 아궁이에서는 싸리나무 가지가 타다닥 소리를 내며 탄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새알심을 만들게 한다. 호박죽이 다 쑤어지자 넷이 같이 먹는다. 호박죽을 먹으니 왠지 할머니랑 더 친해진 기분이다. 할머니는 중국 가 있는 아들이 사 준 돋보기 선글라스라서 시도 때도 없이 쓴다고 한다. 멧돼지가 당신을 잡아먹으러 온다고도 한다. 정말로 멧돼지가 대문 앞으로 온다.
멧돼지가 씩씩거리며 할머니와 아이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들이닥칩니다. 할머니와 아이들은 정신없이 다른 고랑으로 내뺍니다. 허리가 아픈 할머니는 연신 ‘에구구’ 소리를 냅니다. 멧돼지가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옵니다. 금방이라도 잡힐 것만 같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라가 쥐고 있던 새알심을 던졌습니다.
“내 새알심 받아랏!”
새알심이 멧돼지 이마를 맞히고 부메랑처럼 되돌아옵니다. (71쪽)
아라는 새알심으로, 미라는 요요로, 경모는 딱지로, 할머니는 죽사발로 멧돼지랑 싸운다. 미라 아라랑 경모, 아이들이랑 할머니가 갈등 관계에 있지만 멧돼지를 만나 셋은 공통의 적을 향해 똘똘 뭉친다. 덕분에 멧돼지가 상처를 입고 산 쪽으로 도망친다. 아이들은 소리 지르며 좋아한다. 밤이 깊어 뒷산에서 부엉이가 운다. 창호지 바른 문이 달빛에 젖어 환하다. 그때 방구석에 있던 늙은 호박이 둥둥 떠오르더니 아이들 쪽으로 날아온다. 호박은 마당 한가운데서 장군바위만큼 터진다. 할머니와 아이들은 호박 위에 올라탄다. 산골 마을 위로 날아가는 커다란 호박. 하늘 가득 별이 쏟아져 내린다.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현대를 무대로 살아났다!
호박죽처럼 따끈하고 새알심처럼 쫀득한 이야기
괭이부리말 아이들 엄마 사용법 기호 3번 안석뽕 등 주옥같은 창작동화와 숱한 화제작들을 발굴해 온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19회 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이 출간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아 온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독창적으로 되살린 이 작품은 남다른 활력과 해학으로 건강한 웃음을 전합니다. 통쾌한 모험 속에 삶의 그늘까지 끌어안는 작가의 너른 품은 저학년동화로는 보기 드문 숙연함마저 갖추었습니다. 읽고 나면 호박죽처럼 달고 따끈한 포만감이 마음속 가득 퍼지는 동화입니다.
구미호를 잡아라!
딱지가 통했을까?
착한 아이는 싫어
선글라스는 왜 써요?
귀가 번쩍 뜨이는 할머니 이야기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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