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는 성장하는데 또
어떤 나라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확실한 근거를 대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온 뒤에 각국이 특정 경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나라가 언제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지 예측할 수 없고, 또 어떤 일이 갑자기 불길처럼 일어나는
이유도 알지 못한다. 빈곤을
근절할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할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첫째, 가난한 사람들은 결정적인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릇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녀가 예방접종을 받았을 때의 이점을 모른다. 그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올바른
사용량은 알지 못한다.둘째, 가난한 사람들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한다. 반면 부유한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올바른` 결정을 하는 비율이 높다.
가령 가난한 사람은 집에 상수도가 없어 지방단체가 수돗물에 투입하는 염소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깨끗한
물이 먹고 싶다면 이들은 물을 직접 소독해야 한다.셋째, 일부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아예 외면하거나 받아들여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생활에 큰 타격을 받지만 이들을 위한 건강보험 시장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상해보험이나
정형화된 기상보험처럼 보험료 지급에 여러 제한 조항이 있는 보험은 가난한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넷째, 가난한 나라는 가난해서 혹은 불행한 역사가 있어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나라에서는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엉뚱한 사람의 개입으로 훼손되기도 한다. 교사가 엉터리로 수업하거나 아예
수업을 빼먹는 일도 있다. 원자재를 빼돌린 도둑 때문에 부실하게 건설된 도로가 과적화물차로 인해 부서지기도
한다.마지막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은 할 수 없다는 예상은
흔히 자기충족정 예언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학생은 교사(또는
부모)로부터 수업을 따라갈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암시를 받으면 학업을 단념한다. 과일 노점상은 빚을 갚더라도 곧 다시 빚을 질거라고 예상하면 빚을 갚으려고 안간힘을 다하지 않는다.실패가 실패를 낳는다면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낳는다. 어느 한 상황이 개선을 이루면 그 사실 자체가 신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선순환에 발동을 걸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물품(혹은 현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꺼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몇 가지 원칙으로 단순화하는 게으르고 정향화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선택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누구나 실수할 후 있음을 인정하고 상식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를 포함해 모든 아이디어를
엄격한 실증적 검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것을 실천하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지금처럼 가난하게
살아가는지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정책 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빈곤 해결도 없다!
15년간 40여 개 나라의 빈곤 현장을 돌며 실시한 생활 밀착형 연구!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가난한데도 아이를 많이 낳을까? 음식이 부족해 굶으면서도 TV를 사보는 까닭은? 집을 짓기 위해 돈을 저축하는 대신 왜 벽돌을 사모을까? 세계적 개발경제학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와 미국의 ‘예비 노벨상’인 존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경제학자 에스테르 뒤플로가 세계 최초로 자연과학의 무작위 대조실험을 경제학에 적용해 그 이유를 밝혀냈다. 그리고 효과적인 원조 방법을 과학적,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즉 인센티브 제공, 영양제와 교복을 비롯한 각종 현물 지급, 예금과 보험 제도 정비 같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원조만이 빈곤을 해결할 최선책이라는 것!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기반으로 가난에 대한 혁신적 시각과 과학적 연구 결과를 담은 이 책은 경제학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문 가난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사람들
1장 가난을 해결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말라리아 발생률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
빈곤의 덫은 존재하는가?
1부_가난의 덫에 갇힌 사람들
2장 그들은 정말 배고픈 것일까?
소득이 늘어도 배불리 먹지 않는 사람들
영양 불균형의 악순환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한 사람들
값싼 곡물 대신 영양제 한 알을
3장 무료 예방접종도 받지 않는 이유
질병이 만들어낸 빈곤의 덫
쉬운 길도 마다하는 이유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사람들
넛지를 이용한 예방 의료 정책의 중요성
4장 교육은 복권이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이유
높은 기대감이 가져온 저주
부모의 편견과 교사의 무관심, 비효율적 교육 시스템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5장 가난한 사람들은 왜 아이를 많이 낳을까?
다자녀 출산은 독인가, 득인가?
높은 출산율에 대한 고정관념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부모들
가정의 기능과 공공 정책의 역할
2부_ 가난의 고리를 끊어버릴 정책과 제도들
6장 불안한 삶을 지켜줄 보험의 필요성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
기상천외한 위험 대비 분산투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험회사가 없는 이유
7장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방법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사람들
빈곤 퇴치를 위한 대출 시스템
소액금융, 성과가 있는가?
소액금융의 치명적 한계
더 많은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방법
8장 벽돌을 저축하는 사람들
왜 씀씀이를 더 줄이지 않을까?
저축의 심리학
빈곤과 자제력의 관계
낭비성 지출을 막아라
9장 영세 자영업자만 존재하는 이상한 시장
자본 없는 자본가
가난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업의 특징
좋은 일자리가 희망이다
10장 가난을 이겨낼 정책과 정치의 중요성
빈곤을 뛰어넘기 위한 정치경제학
주변부로부터의 작은 변화
지방분권과 민주주의 실행의 중요성
좋은 의도만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신뢰가 만들어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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