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가 4부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로 마무리되네요.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로 시작하여 수의사로,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을 함께하면서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드네요. 자서전과
소설 그리고 에세이 그 어디쯤에 위치한 책이다 보니 더욱 그럴 수도 있지요.
입대를
하며 행여나 그렇게 열심히 머릿속에 넣어놨던 것들을 잊을까 수의학 책을 들고 갔던 그는 이제는 그 모든 지식이 소용없어질까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돼지콜레라가 창궐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 그가 느끼는 불안함은 아직은 좀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요. 그렇게 그가
살아가는 대러비는 여전하네요. 느리지만 착실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도 거기에 준비해나갈 시간이 충분해 보이기도 하고요. 제대를 하고도 한참이 지나고 다시 찾아가도
여전한 농장의 모습, 이제는 동업자가 된 시그프리드의 여전한 유머감각처럼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며 그 여전함이 참 그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거기 있지 않을까 해요. 여전히 대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덜컹거리는
차를 친구삼아 다니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와 함께 진료를 다니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요크셔의 푸르른
초원에서 꽃과 풀이름을 맞추며 아버지와 함께 보낸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겠지요. 아버지가
걷는 길을 뒤따라 걷고 싶어하는 아이들, 자신들이 학교에 가면 다시 외로워질 아빠를 걱정하는 다정함도
너무나 소중하더군요. 그때는 그런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절반만 알았다는 그의
회상도 딸이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던 그의 고백도 담백하면서도 그 깊은 속내가 느껴지더군요. 그의
미래에 ‘멋진 날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저 역시 독서를 마무리했지만,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이대로 끝인가요? 일단 아직 못 읽어본 외전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고
그의 박물관이 있다는 대러비로 떠나야겠어요~
전 세계가 열광한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반세기가 넘는 동안 독자들은 헤리엇의 놀라운 이야기와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전율해왔다. 수십 년 동안 헤리엇은 아름답고 외딴 요크셔 지방의 골짜기를 돌아다니며, 가장 작은 동물부터 가장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애정이 담긴 예리한 눈으로 관찰했다.
제임스 헤리엇의 연작은 작가의 삶과 체험을 담고 있다. 수의대 졸업 후 대러비로 이주해 수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과 동물들, 꽃다운 처녀와의 연애와 결혼(제1권)/한밤중에도 호출을 받고 소나 말의 출산을 도우러 나가야 하는 수의사의 고락과 시골 생활의 애환, 그리고 달콤한 신혼(제2권)/제2차 세계대전으로 공군 입대·훈련, 대러비와 아내를 그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제3권)/군 제대 후 대러비로 돌아와 자식을 낳고 지역 명사가 되는 이야기(제4권).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에피소드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문다. [뉴욕 타임스]지의 서평대로, 젊은 수의사의 따뜻하고 즐겁고 유쾌한 연대기는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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